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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 못하게 하는 ‘조직 내 불안감’

정리한 날짜
2023/01/11
최종 편집 일시
2024/08/13 06:14
팀원 한 두명이 아니라, 모든 팀원이 의견을 못 낸다는 것은 팀 분위기나 문화 자체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바로 ‘말을 못하게 만드는 분위기’.
이런 분위기는 주로 상사와 다른 의견을 내거나 상사의 의견을 반대했을 때, 조직 내에서 불리한 처우를 받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연결되어 있다. 본인이 어떤 이야기를 해도 존중받고 보호받을 거라는 신뢰를 못 느끼는 것이다.

리더가 팀원들 불안감까지 신경써야 할까?

물론 리더로서의 일적인 성과를 내기도 바쁘다. 하지만 팀원들의 불안에도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일은 결국 사람들 간의 소통으로 이루어지기 때문.
어떤 이유에서건 팀원이 의견을 내지 못하는 상황은 한쪽 다리에 깁스를 한 선수를 데리고 경기를 뛰는 것과 같다. 이것은 조직이 가진 인적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셈.
사람들은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때, 불편하고 억압된 감정을 느낀다. 개인의 수준을 넘어서 동료들과 부정적인 감정을 공유하고, 급기야 조직 전체로 퍼지는데, 이렇게 되면 치료하기 어려워진다.
중요한 것은 공격적이고 수직적인 리더가 이끄는 조직에만 조직 내 불안감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성품이 온화하고 리더십이 훌륭한 리더의 조직에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
이렇게 할 말을 못하게 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아래와 같은 부작용이 생기며, 조직의 성장을 막는다.
구성원이 비전을 찾지 못하게 방해한다.
가짜 일을 양산한다
의견을 제시하려는 목소리를 막는다.
모호하고 방어적인 행동을 보이고, 점차 무기력해진다.
업무적 고충이나 개인적인 어려움이 있어도 침묵을 선택한다.
이와 반대로, 아래와 같은 분위기에선 조직과 구성원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을 때,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수 있을 때, 배움의 기회를 만날 수 있다.
동료가 나의 문제를 도와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 공동체 의식을 가진다.
▼조직의 성장을 저해하는 ‘말 못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되는 사례.

사례 1: 힘들어 보여도 '괜찮다'라고만 하는 팀원

1) 문제 상황 파악하기
김대리는 없어서 안 될 존재이다. 팀장도 알고 있다. 하지만 팀장은 만족스럽지 못한 면도 눈에 보인다. 좀 더 채찍질하면 이보다 더 잘해낼 수 있을 것 같아 칭찬보다는 지적을 많이 하는 편이다.
김대리는 일 욕심 하면 팀장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열정적이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허리가 아파서 치료를 받기 시작했는데, 대체 인력이 없어서 병원에 가는 것도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다. 이를 얘기하려 했지만 어쩐지 일이 더 급해보이고 내 능력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업무 시간에 몰래 약을 먹으며 버티고 있다.
2) 원인 진단하기
겉으로는 충돌이 없지만, 사실은 두 사람 모두 ‘불통으로 인한 불안’이 내재된 상태이다.
팀장은 김대리가 무슨 일로 어떻게 힘든지 속 시원히 말해주지 않아 답답하다.
김대리는 팀장이 자신의 사정도 모른 채 지적과 채찍질만 하여 실망했다.
팀장은 특별히 나쁜 의도는 없었으나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 방향만 보고 달리다 보니, 팀원들의 사정을 헤어리는 일에는 상대적으로 무신경해진 것이다. 팀장은 일만 잘 끝나면 모든 일이 좋아질 테고, 이 시기만 지나면 저절로 해결될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큰 문제로 여기지 않았던 것이다.
3) 해결책 찾기
첫째, 팀장은 이상이 있어 보이는 데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면 ‘위험 신호’라는 걸 인지해야 한다.
특히 건강과 관련된 문제는 본인이 알아서 챙길 일 같지만, 이는 팀의 전력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조직에서 알아채고 도움을 주어야 한다.
대리가 팀장에게 면담을 요청했을 때는 이미 좋지 않은 방향으로 결론을 내린 뒤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팀장이 먼저 팀원들의 컨디션을 살핀다면 대부분 깊어지기 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김대리도 책임감이 강하고 열정이 있는 사람이다. 본인이 얼마나 열심히 하고 있는지 팀장이 알아주고, 건강은 괜찮은지, 상태는 호전되고 있는지 걱정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해하며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줄 것이다.
둘째, 같이 일하는 구성원들과 ‘비전’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팀장과 김대리는 이미 조직에서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두 사람의 비전은 같은 방향일지도 모른다. 다만, 서로 공유하면서 공감하는 시간이 부족했을 뿐. ‘우리 같이 해보자’하는 작은 공감 정도로도 충분하다. 사람 마음을 돌보는 일에 나중은 없다는 걸 꼭 기억하자.

사례 2: 잔다르크형 팀장과 에이스 팀원으로 이루어진 완벽한 팀?

1) 문제 상황 파악하기
신팀장은 일할 땐 프로다워야 한다는 생각이 무척 강해서 팀원들에게 기대하는 수준이 높다. 팀원이 실수를 하거나 아쉬운 점을 보이면 프로다움과 디테일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연설을 한다. 물론 성과를 낸 팀원에겐 그만큼 큰 칭찬과 보상이 따른다. 당근과 채찍이 확실한 스타일.
그렇다 보니 팀원들은 일이 중간에 잘못 진행되거나 실수를 하거나 성과가 없었던 경우 팀장에게 알리지 않는다.
2) 원인 진단하기
완벽한 팀장과 일하는 팀원들은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듯 팀장의 완벽한 기준을 맞추느라 가랑이가 찢어진다. 약점을 숨기고, 잘하는 모습만 보이려는 방어적 성향이 생긴 것도 그 때문이다.
신팀장이 보기엔 팀원들이 일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팀원들은 자기방어를 하고 있다. 팀장과의 솔직한 소통이 두렵기 때문이다. 적군 아군 할 것 없이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는 신팀장에 대비해 다들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다.
작은 실수야 어찌저찌 넘어갈 수 있겠지만 정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정작 팀장은 모른다면 상황은 더 나빠져있다. 빨리 알았더라면 팀장 레벨에서 처리할 수 있는 문제를 곪고 곪을 때까지 방치한 탓에 결국 큰 문제로 번지는 것이다. 이게 바로 방어형 팀의 가장 큰 문제다.
3) 해결책 찾기
첫째, 팀원들이 계속 완벽한 결과물만 가져오려고 하는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또, 성과가 저조한 이유를 말할 때 객관적인 원인을 근거로 들기보다는 '아무튼 제 탓은 아닙니다' 식의 뉘앙스로 말하고 있진 않은지 체크하길 바란다.
둘째, '날것 상태'로 공유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팀장은 모든 일이 끝나고 나서 완벽한 상태의 결과물만 보고받는 사람이 아니다. 문제가 아직 작은 씨앗 수준이거나 상태가 미흡할 때, 팀장은 이를 발견하고 팀원들과 함께 개선해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팀원들의 자잘한 실수에 일희일비해선 안 된다. 기준을 높게 잡는다고 한들 모두가 그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따라서 팀원들이 따라올 만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도 팀장의 몫이다.
셋째, 성과를 리뷰하는 시간이 책임 소재를 따지고, 특정 팀원을 비난하는 자리가 되어선 안 된다.  그 대신, 성과의 원인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함께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심한 경우엔 마치 성과가 오른 것처럼 교묘하게 꾸며낸 자료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사례 3: 만장일치로 동의하는 가짜 평화

1) 문제 상황 파악하기
박팀장은 일도 잘하고 성격 좋기로 평판이 자자하다. 꼬인 데가 없고, 자존감이 높고, 사교성도 좋다.
팀원들도 박팀장의 말이라면 언제나 끄덕거리며 동의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다음과 같은 생각이 깔려 있다.
박팀장님이 알아서 잘 하시겠지, 우리 회사 에이스니까.
내 의견이 박팀장님 의견보다 좋을 리 없어.
박팀장님이야 모르는 게 없으시니까.
박팀장에게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 팀원들이 함께 고민해 주고 의견을 내주면 좋겠는데, 박팀장의 의견과 결정만 기다리기 때문이다. 박팀장도 본인의 선택이 맞는지 아닌지 헷갈릴 때, 팀원들과 함께 논의하고 싶지만 그런 경우는 별로 없다.
2) 원인 진단하기
이 조직의 구성원들은 겉보기에는 평화로운 조직에서 일하는 것 같지만, 실은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할 수 없는 상태에 처해 있다. 
팀장이 너무 완벽해 보이는 경우에 종종 이럴 때가 있다. 팀장의 말이 거의 진리처럼 여겨져서 그보다 더 좋은 이야기를 한다거나 팀장의 말이 틀리리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케이스다.
3) 해결책 찾기
첫째, 자신에게 이견을 내는 팀원이 없다는 걸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어떻게 여러 명이 함께 일하는 조직에서 매번 만장일치가 가능하겠는가? 그건 독재자의 조직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흠 없는 리더는 가능할 수 있어도 허점 없는 주장이란 없다는 걸 명심하자.
둘째, 침묵의 소리를 인지하고 이를 깨야 한다. 언제나 에이스 소리를 들었던 박팀장은 슈퍼맨 신드롬*을 겪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잘 모르겠다거나 도움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팀원들에게 쉽게 꺼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팀원들은 팀장이 도움이 필요한 상황인지 모를 수밖에 없다.
*자신이 모든 일을 처리하지 않으면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현상
이 오랜 침묵을 깨려면 다소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나도 모르는 게 있다, 나라고 언제나 답을 아는 건 아니다"라고 솔직하게 소통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그전에 리더가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팀원들의 재능과 장점을 점검하고, 본인이 갖고 있지 않은 영역과 비교해 보는 일이다. 그러고 나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보강해달라는 적극적이고 솔직한 메시지를 팀원들에게 보내길 바란다.
그래야 팀원들도 자유롭게 의견을 얘기하는 데 부담을 덜 느낀다. 장담컨대, 지금까지 보여 준 리더십 위로 더 멋지고 빛나는 리더십이 더해질 것이다.

팀원들이 할 말은 다 하게 되는 그날까지

에이미 에드먼슨의 <두려움 없는 조직>이라는 책에서는 조직 내 불안을 ‘직원들이 자기 업무의 중요성을 알고,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심리적 안정감’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앞에서 살펴본 사례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말할 수 있는 분위기보다는 말 못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대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