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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문화 : 우아한 형제들

정리한 날짜
2024/01/05
최종 편집 일시
2024/08/13 06:14

복지가 좋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회사?

패티 맥코드 넷플릭스 전 CTO는 저서 <파워풀>을 통해 "직장에서 직원들의 행복은 맛있는 샐러드나 낮잠용 수면실, 헬스시설 등과 관련된 게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사무실에 테이블 풋볼을 들여놓거나 해먹을 두고 공짜 초밥을 제공한다고 회사에 출근하고 싶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당장 이런 주장에 반론을 제시할 수 있을 것 같은 국내 기업이 있다. 업무 공간의 디자인을 강조하고, 회사의 모든 직원들이 참여하는 이벤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부서(피플실)가 따로 있는 회사,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이다.
월요일 오후에 출근하는 주 4.5일제, 가족의 생일을 챙기라고 오후 4시면 등 떠밀어 퇴근시키는 '지만가(지금 만나러 가)' 등 독특한 우아한형제들의 복지제도가 알려지면서 자칫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회사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우아한형제들에 입사하고 싶어 하는 지원자도 이런 복지제도에 대해 궁금해한다. 채용 면접에서 마지막으로 궁금한 점이 있는지 물으면 이런 질문이 나온다. "월요일에는 진짜로 오후에 출근해도 되나요?" "배달의민족에선 정말 도서 구입비를 무제한 지급하나요?"
하지만 이렇게 회사가 주는 특전과 회사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에만 관심을 갖는 지원자는 '광탈'의 수순을 밟게 된다. 이같은 채용 면접 과정은 구성원*이 1000명을 넘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이 '배민(배달의민족)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문제 중 하나를 담고 있다. 편하게 다니면서 삶을 즐기겠다는 자세로 회사에 들어오려는 지원자를 걸러내는 것.
우아한형제들에선 직원을 구성원이라고 부른다.
우아한형제들에서는 복지 제도뿐 아니라 자유의 남용에 대해서도 경계한다. 김봉진 배달의민족 창업자 겸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자유와 자율의 차이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자율과 자유에는 차이가 있는데요. 우리가 자율주행차를 자유주행차로 부르지 않는 이유가 있잖아요. 자유주행차가 나오면 어떻게 되겠어요? 저는 밖에 못 나갈 것 같아요. 아무 데나 돌아다니면서 박을 것 아니에요. 엄격하게 규율을 지키면서 그 안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거죠."
우아한형제들의 기업문화를 문서화한 '핵심가치와 인재상''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 몽촌토성역 편'을 통해 강조하는 가치와 행동 원칙은 넷플릭스와 다르지 않았다. 바로 '자율'이다.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의 1번은 '12시 1분은 12시가 아니다'이다. "규율 위에 세운 자율적인 문화를 추구하는 기본은 아주 작은 약속이라도 함께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우아한형제들의 4대 핵심가치' 중 첫 번째도 '규율 위의 자율'이다.
그렇다면 우아한형제들은 어떻게 구성원들이 스스로 정한 규율을 따르도록 훈련하고, 회사가 벌이는 일에 기꺼이 참여하도록 동기 부여를 하는 걸까. 안연주 피플실장, 류진 홍보실장과 여러 차례 기업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제도의 오남용을 막으려면 취지를 끊임없이 설명하라

우아한형제들도 이런 질문을 회사 안팎에서 수없이 받고 있다. 매주 수요일에 운영하는 사내 방문프로그램을 찾은 다양한 기업의 담당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도 어뷰징(abusing)에 관한 것이라고 안연주 피플실장은 말했다.
안 실장은 오남용의 해법을 커뮤니케이션에서 찾았다. 질문이 나올 때마다 이 제도를 왜 시행하게 됐는지 설명한다.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사내 곳곳에 써놓고 전사적 이벤트 등을 통해서도 계속 상기시킨다. 매주 화요일마다 하는 타운홀 미팅인 '우수타(우아한 수다 타임)'를 통해서, 신입사원 교육을 통해서 끊임없이 각각의 제도를 도입한 배경과 취지를 설명한다.
제도를 운영하는 피플실은 '구성원들이 얼마나 제도의 취지에 공감하고 취지대로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반복적으로 소통한다. 직접 얼굴을 보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사각지대도 드러난다. 예를 들어, '지만가'를 통해 부모님 생신에 오후 4시에 조기 퇴근을 할 수 있는 구성원이 "저희 부모님은 다 지방에 계셔서 지금 집에 가도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라 저 혼자 집에 가서 TV 볼 건데, 이렇게 써도 되나요?"라고 물어오기도 한다.
'우수타'를 통해 지만가가 미혼자보다는 (가족이 많은) 기혼자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지만가가 본인과 직계 가족(배우자, 부모님, 배우자의 부모님, 자녀) 생일에 일찍 들어가서 쉬도록 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미혼자와 기혼자가 적용받을 수 있는 횟수 자체가 차이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의문이 제기될 때마다 제도를 도입했을 당시의 배경을 꾸준히 설명해야 한다. 지만가는 초창기 스타트업 구성원들이 밤낮없이, 주말도 없이 일했기 때문에 스스로를 챙기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제도다. 월요일 오전에는 전원이 휴무인 '4.5일제'도 마찬가지다. '월요병'을 없애기 위해서, 또는 소정 근무시간을 40시간에서 35시간으로 줄이기 위해서 도입한 제도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아무리 좋은 취지로 마련한 제도라도 불만이 있기 마련이다. '우아한 런치(타 부서 사람들과 교류하자는 의미에서 회사가 식사 비용을 지원해 여러 부서의 구성원들이 섞여 밥을 먹도록 하는 제도)'도 불편하다는 의견이 계속 나온다. 그럼 의견을 낸 구성원에게 불편한 이유를 계속 묻고, 피플실이 함께 자리한다든지, 불편해하는 구성원끼리 따로 자리를 마련한다든지 등 소소한 대책들을 내놓는다.
제도의 취지대로 운영된 사례는 사내에 적극적으로 공유한다. 한 감사팀원은 "감사팀의 업무 성격상 구성원들이 벽을 느끼기 쉬운데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이런 기회에 자연스럽게 다른 부서원들과 식사를 하면서 감사팀이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게 너무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대표가 '일 잘하는 방법'의 일부를 수정한 것도 제도의 취지를 분명히 전달하기 위해서다. "배민에선 1분 지각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근태 관리를 빡세게 하나요?"도 배민 채용 면접에서 단골로 나오는 질문 중 하나다. 이런 질문이 반복되자, 김 대표는 2018년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란 문구를 '12시 1분은 12시가 아니다'라고 바꿨다. 그리고 페이스북을 통해 9시에서 12시로 문구를 바꾼 건 "9시보다는 1분이 (의미상)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부서별 시차 근무제를 도입해 오전 8시부터 10시 사이 부서별로 정한 시간에 출근할 수 있도록 했다.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다는 의미는 부서나 개인의 사정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지, 원하는 시간에 멋대로 회사를 나왔다 들어갔다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란 점을 보다 명확하게 전달하고자 한 것이다.

관리하지 말고 관심을 기울여라

피플팀은 우아한형제들에 인사팀이 생기기도 전에 김 대표가 만든 조직이다. 2019년 4월 피플실로 승격된 이후에도 CEO 직속 부서로 운영되고 있다.
피플팀은 2013년 11월 우아한형제들의 구성원 수가 80명 정도일 때 만들어졌다. 인사팀은 구성원이 200명을 갓 넘긴 2015년 10월에야 조직됐다. 피플팀이 인사팀보다 2년 먼저 만들어진 셈이다. 피플팀은 당초 인사팀과는 다른 조직으로 출범했다. "인사팀이 관리와 평가의 기능을 한다면 피플팀은 관리가 아닌 관심과 애정으로 구성원 한 명 한 명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안 실장은 설명했다.
피플팀을 만들 당시 김 대표는 "구성원이 100명으로 늘어나면 얼굴과 이름을 하나하나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구성원들의 사정을 같이 챙길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이런 업무를 전담할 담당자를 찾았다. 김 대표는 네오위즈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던 시절을 회고했다. 네오위즈를 거쳐 지금은 크래프톤 피플팀을 이끄는 임재연 팀장의 일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임 팀장님은 구성원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면서 편하게 인사를 나누고, 서류도 직접 전달한다. 네오위즈 퇴사 후 3년이 지나서도 생일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 회사가 나를 부속품이 아니라 한 명의 사람으로서 챙겨준다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우아한형제들과 크래프톤뿐 아니라, 비바리퍼블리카, 렌딧, 펀다, 원티드 등 여러 스타트업에서도 피플팀을 꾸리고 있다. 긴 업무시간, 높은 업무강도에 자칫 지칠 수 있는 구성원들을 보살피는 것이 피플팀에 기대하는 역할이다.
안 실장은 "피플실은 구성원에게 관심을 표현해, 소소하지만 구성원들이 관심과 애정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경험을 자주 할 수 있게 한다"며 "구성원들이 자발적 동기에 따라 본인의 일에 더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피플실(당시 피플팀)의 포스터를 통해서 피플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피플팀은 어떤 팀인가요?'란 질문에(신규입사자들도 많이 물어본다고 한다) 스스로 "배민다운 문화를 가꾸는 사람들입니다"라고 답하고 있다. 피플팀과 기업문화 간의 관계를 규정짓는 동사는 '가꾸다'로 골랐다. '만들다' 대신 '가꾸다(좋은 상태로 만들려고 보살피고 꾸려가다)'로 정하면서 '보살핌'에 한 번 더 방점을 찍었다.

잡담을 나누고 수다를 떨어라

삼성, CJ 등의 대기업들은 연 1회 직원 설문조사를 통해 문화진단을 한다. 삼성컬처인덱스(SCI)는 조직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 자부심 등을 70여 개의 질문으로 나눠 묻고 그 정도를 5단계로 답변하는 방식이다. CJ도 기업문화 평가를 통해 직원들이 자신이 속한 조직이 기업가치를 얼마나 실현하고 있는지 평가한다.
우아한형제들은 설문 대신 직접 얼굴을 보고 대화를 나누면서 분위기를 파악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안연주 피플실장은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 만나서 얘기하고 표정을 살피는 것이 피플실이 버리지 말아야 할 자세"라고 말한다. '지만가'도 오후 4시에 피플실 피플팀원이 사무실로 직접 찾아가 퇴근하라고 등 떠미는 방식을 고수한다. 아무래도 자주 마주치다 보면 건의사항이나 불만이 생겼을 때 피플실과 더 쉽게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다와 잡담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얼핏 봐선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분명한 효용이 있는 방식이란 점에서다. 수다와 잡담은 모두 '쓸데없는 말'이란 사전적 의미를 가지지만 이런 말들을 나누는 중에 생산적인 관계를 만들 수 있고, 쓸모 있는 아이디어가 툭툭 튀어나올 수 있다.
김 대표가 매주 화요일 오후 1시에 구성원들과 갖는 '우수타'는 아예 수다를 떠는 시간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김 대표는 평소 '잡담'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회사의 모든 층에서 개인 업무공간으로 가려면 코워크 공간을 반드시 지나도록 디자인했고, 커피를 내리고 컵을 씻을 수 있는 탕비실 개념의 아일랜드 테이블을 입구에 배치해 자연스럽게 잡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우아한형제들 사무실에선 언제나 음악이 흐른다. 이야기를 편히 나누도록 하려는 장치다. 사무실이 도서관처럼 너무 조용하면 옆 사람에게도 잘 안 들릴 정도로 목소리를 낮춰야 하거나 아예 밖으로 자리를 옮겨야 하는 등 이야기를 나누기 불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무실 배경음악의 역사는 배민 창업 초창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엔 사무실이 원룸이었다. 하나의 공간에 가벽을 만들어 한쪽은 사무실, 한쪽은 회의실로 썼다. 그러다 보니 회의하는 소리가 사무실까지 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소리를 차단하는 방편으로 회의실에서 사무실 방향으로 음악을 틀었는데 의외로 효과가 있었다. 카페에서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기 쉬운 분위기가 됐다는 것이다. 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 대화하기에도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음악 장르와 볼륨을 맞추는 일도 피플실이 맡고 있다.

성과에 대해선 보상이 아닌 포상을 하라

배민다운 문화를 설명할 때 자주 강조되는 것은 '사전적 의미'다. 의미를 찾고 본질을 추구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평가는 고객이 누군지를 정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고객은 누구이며 그들은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고, 고객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전제하에 팀 단위, 프로젝트 단위로 성과를 평가한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을 땐 보상이 아닌, 포상을 한다고 강조한다. 보상은 '갚는다'는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칭찬한다'는 의미에서의 포상이라는 설명이다. 영업 실적을 초과 달성한 영업실 전체가 해외여행을 가기도 했다.
우아한형제들은 그동안은 팀별, 프로젝트별 평가만 하고 개인별 평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구성원이 1000명으로 늘어나면서 2018년 하반기부터 개인 평가를 도입했다. 연 2회(상·하반기) 해당 기간 동안 진행한 업무를 기록하고, 이 과정에서 이뤄낸 성과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스스로 평가해 에세이를 쓰는 방식이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를 주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부서장도 부서원의 평가를 에세이 형식으로 써서 제출해야 한다. 피드백을 준 뒤 이 내용을 놓고 일주일 안에 부서원과 개인 면담도 진행한다.
성과에 대해 포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팀원에 대한 평가는 가급적 지난 6개월간 뭘 잘했는지 칭찬을 중심으로 작성한다. 구성원들이 피드백을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정교한 인사 시스템을 통해 철저하게 점수화한 피드백을 주더라도 평가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많으면 무용지물이 되기에 십상이다.
칭찬 중심으로 피드백을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부정적인 피드백은 수시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흡한 부분은 에세이에 쓰고 개선 방법을 제시한다. 어느 정도 본인이 보완하고 개선해야 하는 약점이란 걸 인식하고 있어야 하고, 개선되고 있다는 코멘트와 함께 격려하는 차원에서 피드백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똑바로 해'가 아니라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있으면 같이 노력해나가자'는 식의 접근이다.
안 실장은 "부족한 점은 본인이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장점 위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피드백을 받은 팀원은 "나의 장점을 잘 관찰하고 구체적으로 써줘서 동기부여가 된다. 고맙다"는 반응을 보였다.

좋은 회사란? 신입사원들에게 물어라

우아한형제들 채용에서 당락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회사의 문화에 잘 맞는 사람인지를 보는 '컬처 핏(culture fit)'이다. 채용 단계에서부터 '컬처 핏'이 맞는 사람을 뽑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우아한 면접관'이다. 우아한 면접관은 채용 면접에 참여하지만, 질문은 하지 않는다. 지켜보기만 한다. '누구를 채용해야겠다'가 아니라 '누구는 채용하지 말자'는 의견을 내는 역할로, 즉 '거부권'을 가진다.
우아한 면접관은 누구보다도 배민다움, 인재상, 핵심가치를 잘 이해하고 있는 구성원 40~50명으로 이루어진다. 주변 동료들로부터 추천을 받고 조직장의 승인까지 거친 구성원들만 우아한 면접관이 될 수 있다. 순번에 따라 면접을 참관한다. 우아한 면접관이 '저희랑 맞지 않을 것 같아요'라고 의견을 내면 뛰어난 직무 능력을 인정받아도 합격할 수 없다.
최근 회사가 단시간에 급격히 성장하면서 신규 채용이 많아졌다. 2019년에만 300~400명을 채용할 계획을 세웠다. 김 대표가 최종 면접에 모두 참석할 수는 없다. 하지만 3개월 수습 기간을 거친 뒤 수습 해제 면접엔 반드시 참석해 신입사원들이 조직문화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듣는다. 회사도 직원을 평가하지만, 직원도 회사를 평가한다는 마음가짐에서다.
수습 해제 면접엔 족보처럼 내려오는 질문들이 있다. '좋은 회사란?' '우리 회사는 5점 만점에 몇 점?' 김 대표는 신입 직원들이 생각하는 좋은 회사에 대해 질문하고, 대답도 꼭 기록한다. '배민다움이란?', '회사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등도 단골 질문이다.
김 대표는 2015년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방법'을 직접 작성했고, 2017년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방법-몽촌토성역'을 직접 수정해서 배포했다. 2015년이면, 구성원 수가 200명 가까이로 늘어났을 무렵이다. 구성원 수가 급격히 늘면서 여러 경험이 충돌하고 뒤섞이던 시기였다고 김 대표는 기억한다. "그래서 지금껏 이렇게 일해왔고 앞으로도 이렇게 일하면 좋겠다는 항목을 쭉 써서 나열해본 게 당시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방법' 열한 가지였다."
그러다 신입사원들이 기존 구성원들에게 각 항목에 대해 물어보면 각자 본인의 경력, 경험 안에서 다양한 시선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여러 경험이 충돌하고 혼합되는 지점을 줄이고, 일하는 방식을 유지하기 위해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방법'을 썼지만, 여전히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2017년 초 임원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이 항목들을 재정리할 필요를 느꼈다. 그간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방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기에 더욱 잘 이해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임원들조차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해석의 여지를 더 줄이고 명료하게 본뜻을 전달하기 위해 몇몇 항목을 수정했다. 예를 들어, '5. 개발자가 개발만 잘하고 디자이너가 디자인만 잘하면 회사가 망한다'란 항목은 공동체 의식을 갖자는 의미로 쓴 건데, 디자이너가 기획이나 개발에 대한 식견도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잘못 해석하는 구성원들이 많았다. 이 항목은 '4. 쓰레기는 먼저 본 사람이 줍는다'로 수정됐다. 즉각적인 행동의 변화가 일어나도록 한 것이다. "회사는 또 하나의 사회기 때문에 자신의 업무를 넘어서 참여하고 봉사하고 헌신해 건강하고 강한 공동체가 되도록 힘써야 한다"고 부연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5월 '쓰레기 줍기' 이벤트를 진행했다. 전사 발표가 진행되는 동안 피플실 구성원들이 '쓰레기'라고 적힌 종이를 바닥에 뿌렸고, 이 종이를 먼저 줍는 구성원은 뒷면에 붙어있는 스타벅스 카드, 상품권 등 선물을 받았다. 회사 곳곳에서 쓰레기를 발견한 김 대표의 아이디어에서 기획된 이벤트였다. 굳이 잔소리를 하지 않고도 피식 웃으면서 자연스럽게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방법'을 기준으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볼 수 있도록 한 전달방식이 '배민다웠다'고 피플실은 스스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