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원하는 건 '크리에이티브'가 아니다.
소비자랑 연애하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행위는 무엇일까요? 바로 공감이다. '역지사지'라고도 한다. 콘텐츠는 소비자에 공감할 수 있어야만 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제품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공감해줄 수 있는 콘텐츠가 가장 좋은 콘텐츠이다.
아래 메시지를 한 번 보자.
실제로 우리가 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광고 메시지이다.
우리 제품은 제주 천연 소재로 만들어졌어요.
유해성분이 하나도 없어요.
스웨덴에서 품질 검사 인증을 받은 훌륭한 제품이에요!
우리 브랜드는 자연주의를 추구합니다.
위 광고 메시지들의 문제점이 보이나? 바로, '기업이 하고 싶은 말만 한다는 것'이다. SNS의 소비자는 이 제품이 어디서 만들어졌는지, 성분은 무엇인지, 어느 기관에서 품질 검사를 승인받았는지에 크게 관심이 없다. 나아가 제품이나 브랜드의 철학에 대해서는 더더욱 관심이 없다.
기업이 하고 싶은 말은 제품 상세페이지에 배치하면 된다. 하지만 고객을 이 상세페이지로 유입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한다.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이 제품이 나에게 어떤 혜택을 줄 것인가?"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그 어려움을 포착해줄 수 있는 솔루션으로서 우리 제품을 소개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 일을 하다 보면 이런 요구를 종종 받게 된다.
크리에이티브한 소재를 만들어주세요.
크리에이티브만으로는 고객에게 어떤 혜택도 줄 수 없다. 마케팅은 결국, 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어야 하고, 고객들이 직관적으로 광고를 알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SNS 광고에서는 다소 투박하더라도 고객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직관적인 메시지가 중요하다. 자, 그러면 메시지를 어떻게 기획하는지 살펴보자.
메시지 만들기 3단계 - 관찰, 페르소나, 불편함 포착
어떻게 해야 소비자에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 메시지를 만들 수 있을까? 필자는 크게 3번의 사고 과정을 거쳐, SNS 콘텐츠를 기획합니다. 바로 관찰, 페르소나, 불편함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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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관찰: 우리 소비자를 관찰하라. 모든 것은 관찰에서 시작된다. 24시간을 관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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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페르소나: 소비자의 24시간을 상상하고 그려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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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불편함 포착: 소비자의 불편함을 매우 디테일하게 포착하라.
1. 관찰
모든 위대한 발견은 관찰에서 시작된. 소비자에게 공감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소비자를 '관찰'해야 한다. 제품의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 고유의 강점)는 잠시 잊자. 우리의 광고 카피는 제품의 USP가 아닌 소비자 관찰에서 시작한다. 관찰하는 방법 역시 3가지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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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관찰하기: 경쟁사 쇼핑몰에 들어가서 같은 산업군에 있는 경쟁사 쇼핑몰의 고객 후기를 살펴보며 고객들이 해당 제품의 어떤 부분에 매력을 느끼는지 관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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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 관찰하기: 우리 제품을 구매했던 고객이 어떤 불편함을 느꼈는지 또 어떤 부분에 좋은 인상을 받았는지 관찰한다. 더불어 우리 제품을 쓰는 사람들이 누군지, 그들은 어떤 문제를 가졌는지도 함께 유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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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관찰하기: 우리 제품이 속한 산업군의 해시태그를 등록한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찾아본다. 예를 들어 우리 제품이 스킨케어 제품이라면 인스타그램에 '#스킨케어'를 검색하는 등.
2. 페르소나 만들기
굳이 문서화를 거쳐 페르소나를 만들 필요는 없다. 관찰 단계에서 우리 제품을 어떤 사람들이 사용하고, 그들이 어떤 불편함을 가지고 있는지 찾아낸다면 콘텐츠를 기획하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가상의 소비자인 페르소나의 연령, 성별, 그들의 24시간을 상상한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 제품을 판매한다고 가정한다. 사실 다이어트 제품도 브랜드에 따라 주로 구매하는 연령층이 다를 수 있다. "우리 다이어트 제품은 주부들이 주로 구매를 한다"라는 인사이트가 있다면 주부의 오늘 하루를 상상해보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무엇을 하고, 어떻게 일과를 보내고, 하루를 마무리하는지에 대해 상상해서 써보는 것이 바로 페르소나 만들기 단계이다.
페르소나 만들기 예시
A 씨는 결혼 3년 차, 출산 1년 차 주부다. 약 5년간 다녔던 IT 기업을 출산 직후 퇴사했고, 현재는 육아에만 집중하고 있다.
최근 고민은 다이어트다. 출산 전에는 살이 잘 찌는 편이라 아니라서 다이어트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출산 후 10kg이나 늘어난 것이다. 닭가슴살과 야채 위주로 식단 조절을 한 지는 한 달 정도 되었다. 몸무게 3kg가량이 빠지긴 했는데 이런 급격한 식단 조절이 건강에 좋지 않고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걱정된다.
운동해야 한다는 건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출산 직후 골반을 비롯해 뼈와 근육이 약해진 상태에서 육아를 병행하며 운동을 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출산 전과 같지 않은 몸에 대해 한탄하면서 간신히 식단만 조절하고 있다.
다이어트 관련 정보는 주로 친구들이나 커뮤니티를 통해서 접하는데 부정확한 정보들이 많은 것 같지만, 양질의 정보를 얻는 방법을 잘 모르겠다. 최근에는 추천받은 다이어트 앱을 받아서 체중 변화를 체크하고 있는데 도움이 되는 듯하다.
3. 불편함 포착하기
페르소나로 만들어진 고객의 24시간 중 우리 제품이 필요한 순간이 언제일지 파악하고, 소비자가 겪고 있을 만한 불편함을 찾아낸다. 소비자의 불편함만 찾아낸다면 매력적인 콘텐츠를 기획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포착한 불편함을 기반으로, 크게 세 가지 종류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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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불편함을 가시화하여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콘텐츠 (공감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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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불편함을 해결해줄 수 있는 솔루션으로 우리 제품을 소개할 수 있는 콘텐츠 (혜택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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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제품을 구매하여 불편함을 해결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콘텐츠 (신뢰 메시지)
위 세 가지 형태의 메시지로 기획을 하면 아주 간단하게 클릭률이 높은 광고 소재를 만들 수 있다.
[실전] 아동용 영양제의 광고 콘텐츠를 기획한다면?
지금부터는 실제 사례를 통해 함께 콘텐츠를 기획해보자. 예시는 필자의 실제 제작 경험을 토대로 했다.
예시 상황
건강 기능 식품의 브랜드인 B사는 이번에 아이들이 철분을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도록 딸기 맛 철분 영양제를 출시했다. B사의 마케터인 유성민 씨는 이 제품의 SNS 광고 콘텐츠를 기획해야 한다.
1. 관찰하기
딸기맛 철분 영양제의 타깃은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이다. 먼저 제품 후기를 살펴볼까?
철분 영양제를 아이들이 먹으면 밤에 잘 안 깨고 잘 자는 것 같다.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좀 더 자세히 검색하여, 아래와 같은 전문 지식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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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들이 철분이 부족하면 밤에 자주 깨고, 잘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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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9명의 아이가 철분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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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식이 철분 부족의 주요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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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요인 중 하나가 아이들이 깨서 밤잠을 설치는 것이다.
2. 페르소나 만들기
관찰한 내용을 바탕으로 가상의 영유아의 부모인, 박유진 씨의 페르소나를 만든다.
박유진 (32세, 디자이너)
박유진 씨는 32살의 스타트업 디자이너다. 유진 씨는 6개월 된 딸 하은이 있다. 하은이는 낮에는 잘 있다가, 밤만 되면 깨거나 운다. 내일 아침 일찍 중요한 회의가 있는데 하은이 때문에 유진 씨도 함께 밤잠을 설쳤다. 유진 씨에게는 피곤한 상태로 업무를 해야 하는 지친 일상을 지속하고 있다. 하은이는 왜 밤만 되면 깰까? 유진 씨는 온전하게 잠을 못 잔 지 6개월이 넘었다.
3. 고객의 불편함 포착
위에서 만든 페르소나에는 고객의 불편함이 매우 명확하게 나타난다. 밤잠을 설치는 아이 때문에 일상생활이 무너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불편함이 명시되면 카피를 기획하는 것은 간단해진다. 고객의 불편함을 기반으로 공감, 신뢰, 혜택의 메시지를 만들어보자.
[카피 리스트]
• 밤만 되면 우는 아이, 엄마들 힘들었죠? (공감 메시지)
• 밤에 자주 깨는 우리 아이, 혹시 '철분 부족'을 의심해 보셨나요? (혜택 메시지)
• "3일째 섭취하는데 이틀째부터 밤에 일어나 우는 횟수가 줄어든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에요~" (실제 후기를 통한 신뢰 메시지)
이 중에서, 실제로 "밤사이 자주 깨는 우리 아이, 이제 부모님들도 밤에 편히 주무실 수 있어요!"라는 소비자의 불편함을 해결해줄 수 있는 혜택 중심의 메시지를 소재로 카피를 만들었다. 이 콘텐츠를 통해 엄청난 클릭률과 함께 광고비 약 30만 원으로 200만 원의 매출을 만들어냈다.
공감하는 메시지를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디자인
실제로 제가 대행업을 하면서 고객사에게 들었던 피드백이다.
폰트는 나눔고딕으로 해주시고요. 색감은 우리 브랜드 톤앤매너에 맞게, 제품은 사람들의 시선이 중요하니까 오른쪽 하단에 배치해주세요! 아 그리고, 자간, 행간도 반드시 사내 규정에 맞게 지켜주시고요!
이러한 피드백이야말로 비극의 시발점이다. 디자인에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쏟는 일은 프로젝트를 빠르게 파국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디자인 역시 '우리 브랜드가 만들고 싶은 디자인'이 있고,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이 있다. 디자인 역시 제작자 입장이 아니라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고객의 입장을 고려한 디자인이란 어떤 걸까? 이번에도 역시 고객의 불편함에서 출발해야 한다. 광고를 보는 고객은 어떤 불편함을 느끼고 있을까?
광고 콘텐츠의 디자인은 '직관성'을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광고 소재를 보고 고객이 내 이야기처럼 생각해서 관심을 갖게 만들려면 한눈에 어떤 내용인지를 바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고객들은 광고를 조그마한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보기 때문이다.
또한,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은 사람들이 그다지 두뇌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은 순간에 방문하는 앱이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도, 직관적으로 이 광고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하다.
SNS 광고 소재에서 퀄리티를 따지지 말자. 백번 양보해서 퀄리티에 신경 쓴 콘텐츠로 100점의 성과를 달성했다고 가정하자. 하지만 퀄리티에 신경을 쓰지 않은 콘텐츠라도 '공감'의 요소가 있으면 80점은 확보한다. 퀄리티 있는 콘텐츠 1개를 집중해서 만들 시간에 80점짜리 콘텐츠 20개를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
필자는 실제로 한 제품당 광고 소재를 최대 20개씩 만들어 하나의 캠페인에 배치한다. 아래 이미지처럼 알아서 성과가 좋은 소재에는 광고비가 집중되고, 성과가 떨어지는 소재에는 광고비가 투입되지 않을 테니까.
디자인이나 퀄리티에 시간을 쏟지 말자. 마케팅의 본질에서 완전히 벗어난 행위이다. 자간, 행간, 폰트에 시간을 쏟는 일은 낭비이다. (물론 프리미엄 브랜드나 디자인이 구매 결정에 중요한 산업군이라면 얘기가 좀 다르다)
레퍼런스 활용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새로운 메시지 기획이나 디자인 방법론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 물론 창조는 위대한 일이지만, 마케팅의 측면에서만 보면 매우 비효율적이다. 다른 경쟁사들의 콘텐츠를 참조하는 것이 훨씬 낫다.
예를 들어 '유산균' 제품의 콘텐츠를 기획한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일단 네이버에서 '유산균'을 검색한다.
수백 개 업체의 광고를 볼 수 있다.
광고 라이브러리는 실제로 다른 회사들이 현재 집행하고 있는 광고 소재를 보여준다.
그들이 어떤 디자인과 메시지를 가지고 광고를 하고 있는지 직관적으로 볼 수 있다. 텍스트 글꼴이나 컬러, 레이아웃을 참조해서 콘텐츠를 만들어 보자.
단 하나의 성공 공식
미국의 칼럼니스트 도로시 딕스는 이런 말을 했다.
대중에게 다가서는 지름길은 그들에게 혀를 내미는 것이 아니라, 귀를 내미는 것이다.
아무리 기능이 많고, 훌륭한 제품이라 할지라도 마케팅 메시지는 단순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비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했을 때 소비자가 어떤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지, 어떤 혜택을 얻을 수 있는지 직관적으로 묘사해줘야 한다.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다음 4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1. 우리 제품이 충분히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는가? (Product)
2. 우리 제품의 콘텐츠가 '공감'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가? (Sales)
3. 우리 제품의 콘텐츠가 '구체적으로 공감'하고 있는가? (Marketing)
4. 우리 제품의 콘텐츠가 직관적인 디자인으로 메시지를 노출시키고 있는가? (Design)
사람들은 항상 어떤 현상에 대한 본질보다는 정답이 있기를 기대하면서 성공 공식을 물어본다. 예를 들면 "CPC*가 얼마면 적당한 건가요?", "이탈률이 업계 평균 얼마나 되나요?"와 같은 것들.
사실 성공 공식은 간단합니다.
소비자는 공감하는 것을 주목한다.
요약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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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소재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여전히 '공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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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가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3단계는 소비자 관찰, 페르소나 그리기, 불편함 포착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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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콘텐츠를 만들 땐 디자인 퀄리티를 높이는 일에 크게 신경 쓰지 말자. 100점 콘텐츠 하나 만들 시간에 80점 콘텐츠 20개를 만들어 광고 집행해 보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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