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에 대한 모든 것을 알기 위해선 질문을 바꿔야 해요.
'취업이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채용이란 무엇인가'로 말이죠.
과거의 채용시장과 현재의 채용시장이 같다고 생각하나요? 과거에는, 그러니까 우리 아버지 세대만 하더라도 대학만 나와도 다들 취업하는 시대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어떤 시기보다 많은 준비를 하지만, 동시에 그 어떤 시대보다 적은 인원만이 원하는 곳에 취업을 하죠.
노력과 성과의 반비례곡선의 정점이 지금이에요. 어느 때보다 치열한 노력을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처절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 그럼 왜 이렇게 채용시장이 어려워졌을까요?
채용의 목적이 변했기 때문이에요. 과거에는 대부분의 기업이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했어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는 막대한 인력과 자본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들은 다양한 사람들을 선발했죠.
하지만 한 세대만에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해버렸어요. 이제 대기업 회장이 구속되어도 기업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돈을 벌어들이죠. 그게 바로 시스템의 힘이에요. 몇몇 사람의 노력과 열정이 아니라, 만들어진 시스템의 흐름이 이윤을 창출하는 시대인 거죠.
여기에 채용시장 전체를 이해할 요점이 숨어 있어요. 한 기업의 회장조차 필요 없을 만큼 고도화된 시스템, 그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인원을 선발하는 것. 지금 시대의 채용이란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의 부품을 뽑는 시대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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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적이고 창의적인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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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를 이끌어갈 새로운 성장동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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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최고의 자산이기에, 최고인 당신을 모시고자 합니다
이처럼 늘 접해왔던 말들과는 너무나도 다릅니다. 부품을 선별하기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양질'의 부품을 찾을 것이라는 생각은 취업준비생들이 방향 없는 노력 혹은 무의미한 노력을 하게 만드는 시발점이에요. 불량품을 솎아내는 작업이 먼저죠. 시스템에 들어가는 부품의 1순위는 좋은 부품이 아니라, 불량품이 아닌 부품이에요.
정교한 시스템일수록 한두 개의 불량품이 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주는 법이에요. 양질의 부품을 가려낸다는 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거죠. 반면 불량품은 그것보다 훨씬 쉽게 가려낼 수 있죠. 모가 난 부분한 곳만 찾으면 되니까.
열 개의 시스템 부품을 선별하는 데 1만 개의 부품들이 자기를 뽑아달라고 아우성치는 형국에서 불량품을 찾아내는 작업을 누가 할까요? 시스템이 합니다. 그리고 이 시스템의 목적은 오직 한 가지예요. 바로 떨어뜨리기.
많은 사람들이 착각을 해요. 처음부터 자기를 붙여줄 사람들을 마주하듯, 자기가 붙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붙은 사람들의 인터뷰 내용을 찾는 거죠. 근데 시스템은 그들의 열망과 노력은 보지 않아요. 그들이 가지고 있는 변수를 먼저 찾아냅니다. 그렇게 변수들을 제거하고 떨어뜨리는 작업이 다 끝난 후에, 비로소 붙이기 위한 작업이 들어갑니다. 인사담당자의 의사와 판단이 작용하는 건 이때부터예요.
채용시장은 처음부터 두 종류의 싸움이었어요. 떨어지지 않기 위한 싸움과 붙기 위한 싸움.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서 먼저 염두에 둬야 했던 것은 '어떻게 하면 내가 뽑힐 수 있지' 같은 취업준비생의 입장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먼저 걸러지지?'라는 채용담당자의 입장이어야 했어요.
채용시장은 참 재미있어요. 떨어진 사람은 떨어진 이유를 모르죠. 그리고 붙은 사람 역시 자기가 왜 붙었는지 몰라요. 기업은 절대 그것을 공개하지 않거든요.
취업 스터디만 봐도 답이 나오죠. 아직 붙지도 못한 사람들이 다른 친구들의 자소서를 평가해요. 선배 기수들 중 붙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이력서, 자소서, 면접 등이 기준점인 것처럼 똑같이 따라가려 하지요. 정작 붙은 사람은 왜 붙었는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그러다 보니 취업하고 싶은 사람들이 부정확한 정보들을 조합해 만든 '어설픈 나침반'을 가지고 정답이라 믿고 걸어가는 것. 그게 제가 보고 있는 수많은 취업준비생들의 모습이에요.
최소한의 지원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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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율: 무엇이든 뚫을 수 있는 창과 무엇이든 막을 수 있는 방패,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사실
이것이 지금 채용시장이 아닌가 생각해요. 어떻게든 떨어뜨리려는 채용담당자와 어떻게든 붙으려는 취업준비생. 그들을 떨어뜨리기 위해 채용담당자들은 수많은 창들을 만들어내고 있죠. 스펙의 다양화, 기준의 다양화, 인적성 시험, 수많은 면접까지.
기업이 시스템을 돌리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이윤창출이에요. 따라서 기업은 한마디로 '회사의 성과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를 뽑으려고 해요. 어쩌면 이것 하나만을 판단하기 위해 모든 과정을 진행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 한 가지는 바로 '성과 가능성'이에요.
성과 가능성을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 기업은 세 가지 기준을 만들었어요. 이를 기업마다 나름의 기준으로 항목화해 평가합니다. 결론은 평이해 보일 수 있으나 그 과정은 복잡한 것, 그게 채용입니다.
기업은 이력서를 어떻게 볼 것 같나요? 빠르게 솎아내는 작업을 하긴 하지만 그 일은 전문 채용 프로그램이나 엑셀을 돌립니다. 즉, 이력서의 처음은 글자가 아닌 숫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거죠.
대부분의 기업들이 학벌을 4~7등급으로 구분하고 있어요. 토익 점수 역시 등급을 나눠요. 학점도, 자격증도 마찬가지예요. 모두 등급을 나누죠. 나누어진 등급에 점수를 부과하고 이를 데이터로 엑셀표에 집어넣어요. 일정 점수를 설정하고 필터링을 하면, 수천 명의 지원자가 점수별로 정렬이 돼요.
이런 기업도 있어요. 이력서 점수의 총합이 100점인데, 학생들이 바꿀 수 없는 학교와 학과의 점수가 70점인 거죠. 학벌 외의 나머지 이력에서 만점을 받는다고 해도 학벌등급표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는 대학이라면 서류 통과 자체가 힘들다는 거예요.
그들은 대학교에 들어오고 나서 했던 4~6년간의 노력보다 대학교를 들어가기 위해 노력했던 12년간의 노력에 좀 더 가중치를 두기로 판단한 거예요. 실제로 지원자 모두가 친 유일한 시험은 수능뿐이니까요.
핵심은 대부분의 기업이 자동 필터링을 통해 1차 선별작업을 한다는 거죠. 여기엔 오직 규칙과 법칙만 작용하기 때문에 재고의 여지가 없어요.
지원자격
• 공인 영어 말하기 성적을 보유한 자(직무별로 다름)
• 전 학년 성적 평균이 B학점 이상인 자(4.5만점 환산 시 3.0 이상)
이 지원자격을 공시한 이유는 지원자격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은 바로 필터링한다는 뜻이에요. 따라서 이력서를 준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첫 번째는, 바로 이 최소한의 지원자격을 갖추는 거예요.
8대 스펙에 관한 오해
이렇게 1차 필터링 후 남은 서류를 가지고 2차 필터링을 하죠. 이때 기업은 쉽게 말해 취준생들이 보길 원치 않는 모든 것들을 다 봅니다. 보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르게 말하면 그걸 가지지 못했다는 말이 되죠. 자기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보는 것을 불공평하다고 말하는 태도, 이미 거기에서 불량품의 요건은 충분한 거예요.
이력이라고 하는 것은 과거예요. 이력을 채우기 위해서는, 과거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투자라는 현재의 노력이 필요해요. 취준생의 노력에는 속도는 있지만 방향이 없다는 느낌을 자주 받아요.
기업은 이력서를 보고 불량품을 솎아냅니다. 그럼 당연히 불량품을 솎아내는 기준점도 있지 않을까요? 그 기준점이 모두 동일하지는 않을 거잖아요. 학교, 학점, 어학 성적, 자격증, 인턴십, 공모전, 어학연수, 봉사활동, 흔히 말하는 8대 스펙이 과연 얼마나 중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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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기업은 8대 스펙을 다 보는가? 본다면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기업의 가중치는 당연히 기업마다, 직무마다 다 다르겠죠. 하지만 어느 정도 일반적인 기준은 있기 마련이에요. 여덟 가지 스펙 중 객관적으로 계량화할 수 있는 척도는 학교(학과), 학점, 어학 성적, 자격증이에요. 누군가의 주관이 들어갈 여지없이 숫자로 바뀔 수 있는 부분이 기본 스펙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 채용시장이 워낙 치열하게 흘러가다 보니 기업은 새롭게 변별력을 가질 만한 항목을 설정했어요. 바로 직무경험이라고 하는 것이죠.
계량화하기 힘든 공모전, 어학연수, 봉사활동 등은 적는 란 자체가 없는 기업도 많고요. 이런 상황이라면 학점과 어학 성적, 자격증을 신경 쓰며, 인턴십이나 계약직 같은 직무경험을 먼저 쌓아야 할 것 같네요.
보통 대외활동은 3개월 단위에요. 어학연수는 6개월이고. 두 개의 대외활동과 한 번의 어학연수로 소비되는 시간은 1년이에요. 그런데도 2개월이라는 인턴 경험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는 거죠.
8대 스펙이란 틀을 취준생 스스로 만들고 거기에 매몰되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에요. 거의 대부분의 기업이 보지 않고, 굳이 자소서에 적지 말라고 하는 것이 저 8대 스펙에 들어 있어요. 바로 봉사활동이에요. 이윤을 창출해낼 수 있는 부품을 뽑겠다는데, 자기가 했던 착한 일만 강조하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하고 안타까워요.
그렇다고 해서 나머지 항목들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에요. 기업의 눈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거예요. 흠집이 아무리 작을지라도 흠집은 일단 불량품의 증거니까요. 공격할 만한 약점이 있다면 인사담당자의 창은 언제든지 그곳을 찌를 수 있다는 이야기죠.
취준생들에게 유일한 자산이자 불안한 자산은 시간이에요. 그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정하기 위해선 기업이 무엇을 중점적으로 보려 하는가를 늘 생각해야 합니다.
최고의 이력서란 지금까지 쌓은 모든 스펙들이 하나의 직무를 향하는 것이에요. 이력서만 보고도 지원자가 어떤 직무에 지원했는지, 직무에 관련된 어떤 역량을 쌓았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만드는 이력서가 최고인 거죠. 그런 이력서는 그 자체가 하나의 스토리텔링을 이루고 있다는 의미니까요.
Q. 8대 스펙 중 가장 쓸모없는 스펙은 무엇인가?
• 1위 봉사활동(39.4%)
• 2위 어학연수(36.4%)
• 3위 공모전(12.1%)
• 4위 자격증(9.1%)
• 5위 인턴십(3%)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의 차이
기업이 떨어지는 근거를 찾는 곳은 이력이란 과거예요. 우리 회사의 시스템화되기에 결함이 없는가를 발견하는 거죠. 그건 그 시스템에 들어가기 위해 얼마 만큼의 준비를 해왔냐는 소리와 비슷해요. 그런데 그 많은 준비라는 것에 아이러니가 있는 것 같아요.
준비를 하기 위해선 동기가 필요해요. 이 경우의 동기는 취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겠죠? 그 결심을 언제부터 하죠? 빠르면 3학년, 대부분 4학년일 거예요. 채용 시스템이 보는 한 사람의 과거는 대학과 스무 살 이후의 모든 것인데, 대부분은 그 기간의 절반을 이미 의미 없이 보냈다는 거예요.
요즘 친구들은 꼰대 세대에게 이야기하죠. '당신들은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고 대학만 나와도 취업할 수 있는 시대를 살지 않았냐?' 되묻고 싶은 건 '그걸 알면서도 여러분들은 왜 우리 세대가 취업을 준비했던 시기와 같은 시기에 취업을 준비하는가'라는 거죠.
기성세대보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아는 사람들이, 준비하는 시기는 아직 30년 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그것이 참 아이러니해요. 단호하게 말할 수 있어요. 4학년 때부터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이미 늦었어요.
이력을 쓴다는 것을 취준생의 입장에서 저는 이렇게 정의내리고 싶어요. '이상과 현실의 타협점을 찾는 과정이다' 라고 말이죠.
누구나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어 해요. 모든 취준생들에겐 각각 이상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이력서를 쓰면서, 자기의 과거를 냉정하게 기록하면서 현재 자기 이력으로 갈 수 있는 곳과 갈 수 없는 곳을 깨닫게 되는 거죠. 그리고 타협을 하는 거죠.
타협점을 높게 잡는 친구들은 그만큼 긴 시간을 들여 준비하는 거예요. 일찍 준비하면 준비할수록 자신의 이상과 현실의 타협점 간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거든요.
출발이 늦었다면 '거울'과 '주경야독'을 기억하라
거울 하나와 주경야독, 늦었다면 이 두 가지만 기억하면 돼요. 우선 거울의 의미부터 말씀드릴게요. 자신의 스펙을 토대로 현재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자기 목표점을 정하라는 거예요.
많은 취준생이 만능키 같은 이력을 준비하고 있죠. 어디에나 지원할 수 있고, 어디에나 쓸 수 있는 이력들을 준비하고 있다는 거예요. 어디에나 들어갈 수 있는 만능키에 매진하는 모습. 그건 준비하는 시간이 충분할 때 선택하는 전략이죠. 이미 시간을 낭비해버린 사람은 그렇게 행동해선 안 됩니다.
거울을 통해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를 정하는 거예요. 이력서에서 가장 많이 보는 다섯 항목인 학교, 학점, 어학 성적, 자격증과 같은 기본 스펙 외에 늦은 시기에 채우고 바꿀 수 있는 이력은 직무 관련 자격증과 직무 경험밖에 없어요.
다음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주경야독이에요. 늦은 만큼 시간 배분을 효율적으로 해야 돼요. 낮에는 밭을 가는 일을 해야 돼요. 인턴을 준비하든, 관련 직무와 연관된 아르바이트든 밭을 가는 것처럼 몸으로 움직일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채워가야 한다는 거예요.
밤에는 직무 관련 자격증이나 공모전 등 자기가 갖추지 못했던 지식들을 공부하는 거죠. 기억하세요. 늦은 시기에 바꿀 수 있는 이력은 학교 안이 아니라 학교 밖에 존재한다는 것을요. 현재에 중요한 것은 '이미 늦었다'는 과거완료가 아니라,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미래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