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만 바로잡으면 매출이 배로 늘어난다
대부분의 기업은 마케팅에 어마어마한 돈을 낭비한다. 피 같은 돈을 새로운 마케팅 전략에 쏟아부었는데 아무 성과가 없을 때의 그 멍한 기분은 다들 알 것이다.
보고서를 받으면 뭐가 잘못됐나, 뭐가 나빠졌나, 우리 제품이 생각했던 것만큼 훌륭하지 못한 건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그런데 문제가 정말로 제품에 있을까? 제품을 이야기하는 '방식'이 문제는 아닐까?
웹사이트가 예쁘다고 물건이 팔리지는 않는다. 이것은 불변의 진리다. 물건을 팔아주는 것은 '말'이다. 우리가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지 않는 한, 고객은 귀담아듣지 않는다. 분명한 메시지를 만들지 못한 채로 디자인 회사에 많은 돈을 줘봤자, 고객의 귀에 들리는 것은 소음뿐이다.
물론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다. 스토리브랜드(StoryBrand)를 설립하기 전에 나는 작가였다. 텅 빈 모니터를 노려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하나' 고민한 시간이 족히 수천 시간은 될 것이다.
그렇게 머리를 쥐어짜며 좌절한 시간들 덕분에 나는 증명된 스토리의 힘을 활용한 '커뮤니케이션 공식'을 만들어내게 됐다. 글 쓰는 과정은 한결 수월해졌고 내가 쓴 책은 수백만 권이 팔렸다.
이렇게 공식을 이용해서 책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만든 뒤, 나는 우리 회사의 마케팅 자료에도 이 공식을 사용해봤다. 마케팅 메시지가 분명해지자 4년 연속 매출이 두 배로 늘었다.
지금은 그 공식을 매년 3000개가 넘는 기업에 가르치고 있다. 우리 회사가 '메시지'만 바로잡아주면 매출이 두 배, 세 배, 심지어 네 배까지 늘어났다.
우리는 제품 출시만 놓고 경쟁하는 게 아니다. 고객의 삶에 해당 제품이 왜 필요한지 소통하는 과정 역시 하나의 경쟁이다. 아무리 최고의 제품을 시장에 내놓더라도, 더 열등한 제품을 가진 경쟁사가 더 또렷하게 소통을 잘한다면 그들에게 질 수도 있다.
여러분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입에서 술술 나오는가? 간단하면서도 마음에 와닿고 반복 가능한가? 전체 직원이 우리 회사의 메시지를 호소력 있는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는가?
우리 회사가 무엇을 제공하고 고객은 왜 그 물건을 사야만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설명 포인트가 신입사원에게까지 전달되어 있는가? 웹사이트를 방문한 고객이 우리가 뭘 제공하는지 5초 만에 파악하지 못해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매출은 과연 얼마나 될까?
스토리브랜드 7단계 공식
요약.zip
무언가를 원하는 어느 캐릭터가 난관에 직면하지만 결국은 그것을 얻게 된다. 절망이 절정에 달했을 때 가이드가 등장해 계획을 내려주고 행동을 촉구한다. 그 행동 덕분에 실패를 피하고 성공으로 끝맺게 된다.
영화에도 거의 모든 경우에 이 구조가 어떤 식으로든 들어 있다. 대부분의 영화가 이 7가지 요소를 포함한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천 년의 세월 동안 전 세계 스토리텔러들이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도출한 공식이 이것이다. 간단히 말해 이 공식은 내러티브라는 소통 방식의 최고 정점이다.
1단계: 캐릭터를 잡다
스토리가 정말 재미있으려면 주인공이 폭탄을 해체해야 하거나, 누군가의 마음을 얻어야 하거나, 악당을 무찔러야 하거나, 정서적 혹은 육체적 생존을 위해 싸워야 한다.
스토리는 주인공이 무언가를 원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고 나면 질문은 이렇게 바뀐다.
주인공이 과연 원하는 것을 얻게 될까?
브랜드라면 고객이 원하는 게 뭔지를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의하는 순간, 고객의 마음에 '이 브랜드가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을 얻게 도와줄 수 있을까?'라는 스토리 질문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어느 고급 리조트가 분명한 메시지를 만들고 싶다고 우리 회사에 의뢰를 해왔다. 다른 많은 기업과 마찬가지로 이 회사 역시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었다. 마케팅 자료에는 식당과 안내 데스크, 직원들의 사진이 가득했다. 모두 멋져 보이긴 했지만 리조트 건물을 팔려고 하는 게 아닌 이상, 고객들을 스토리 속으로 초대하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실제로 고객이 원하는 것은 고급스러우면서도 휴식이 되는 경험이었다. 그런데 웹사이트에는 회사에 대한 긴 이야기가 텍스트로 실려 있었다(회사가 주인공이었다).
스토리브랜딩 작업을 거친 후 웹사이트에는 텍스트 대신 따뜻한 목욕이나 포근한 수건·가운·스파에서 마사지 받는 모습·골프 코스를 따라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배경으로 흔들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 등의 사진이 들어갔다.
메인 페이지에 있던 텍스트는 다음과 같이 짧고 강력한 카피로 바뀌었다. "여러분이 찾던 고급스러운 휴식." 전 직원이 이 표현을 주문처럼 외게 됐다.
고객이 원하는 게 뭔지 명확히 정의하고 나자 직원들의 생각도 분명해졌고 동료애가 생겼다. 전 직원이 고객들을 초대할 스토리 속에서 자신이 차지하는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게 됐다.
우리가 협업한 회사들의 사례를 좀 더 들어보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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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자문: "은퇴를 위한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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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동문회: "의미 있는 유산을 남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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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식당: "모두가 기억할 한 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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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중개회사: "당신이 꿈꾸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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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푹 빠져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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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 식당: "건강한 하루의 시작"
고객이 원하는 것을 명확히 정의해주면 고객은 우리가 이끄는 방향으로 자신의 스토리를 변경할 마음이 생긴다. 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신뢰할 수 있고 믿을 만한 가이드로 보게 되면 구매 가능성도 커진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가 자주 저지르는 첫 번째 실수는 고객의 열망을 하나의 초점에 맞추지 않는 것이다. 내가 대화를 나눠보면 수많은 기업 리더가 바로 이 지점에서 좌절하며 이렇게 말한다.
잠깐만요. 저희는 고객이 원하는 걸 27가지나 제공한다고요. 그걸 다 언급하면 안 되나요?
대답은 '안 된다'이다. 전체 브랜드를 위한 스크립트를 쓸 때는 하나의 단순한 열망에 집중하라.
기업 리더가 고차원적인 수준에서 직면하는 가장 중요한 난관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간단하면서도 마음에 와닿는 무언가로 정의하고, 그 부분에서 약속을 지킨다는 명성을 얻는 일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의한 브랜드가 자주 저지르는 두 번째 실수는 브랜드가 정의한 열망이 고객의 생존과 관련된 느낌을 주지 못하는 경우다. 애매모호한 열망을 정의하게 되면 고객은 애초에 그게 왜 필요한지 이해할 수 없다.
내가 '생존'이라고 하는 것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안전하고, 건강하고, 행복하고, 강해지고 싶은 원시적인 욕구를 말한다. 그렇다면 이 정의에 들어맞는 욕구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아래에 몇 가지 예시를 들어보았다.
1) 금융 자원을 보존한다
생존하고 번창하려면 자원을 보존해야 한다. 간단히 말해서 돈을 모아야 한다는 얘기다. 브랜드가 고객의 돈을 절약하게 도와준다면 생존 메커니즘을 적극 활용하는 일이 된다.
월마트는 '매일 낮은 가격'이라는 약속을 바탕으로 브랜드를 구축했다. 월마트의 캐치프레이즈 "돈 아껴서 더 잘살자" 역시 절약과 가치를 역설함으로써 자원의 보존이라는 기본적 생존 전략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2) 시간을 아낀다
선진국에서는 대부분의 고객이 사냥-채집이라는 생존 단계를 넘어섰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에 익숙하다. 회사가 제공하는 청소 서비스 덕분에 고객이 다른 일을 하거나 가족들과 시간을 더 보낼 수 있다면 고객은 관심을 가질 것이다.
3) 사회적 관계를 구축한다
커뮤니티를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브랜드는 또 다른 생존 메커니즘을 기회로 활용하는 셈이다.
우리는 동료에게 커피를 가져다주면서 그냥 친절을 베푼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런 친절을 베푸는 이유가 따로 있다면 어떨까? 적들이 쳐들어왔을 때 내 집단과의 유대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기 위해 우리의 원시 뇌가 활약한 것이라면?
거기다 인간은 남을 보살피고 보살핌을 받고 싶은 강력한 욕구가 있다는 사실까지 고려하면 커뮤니티를 찾아준 브랜드는 또 다른 생존 메커니즘을 제대로 활용한 것이다.
4) 지위를 얻는다
어느 집단에서든 지위는 생존 메커니즘이다. 힘 있는 아군을 끌어 모을 수 있는 부유한 분위기를 풍기고, 사자가 큰소리로 울부짖는 것처럼 잠재적 적들을 물리치기도 한다.
비슷한 취향의 사람을 좋아한다면 짝을 확보할지도 모른다. 롤렉스·메르세데스 벤츠·루이비통 등 기타 명품 브랜드들은 단순히 자동차나 시계를 파는 게 아니다. 그들은 권력이나 위신, 세련됨과 연관된 정체성을 팔고 있다.
5) 자원을 축적한다
당신이 제안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돈을 벌고 필요한 자원을 축적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사람들의 생존 욕구와 금방 연결될 수 있다. 돈이 많아지면 고객은 생존에 필요할 수도 있는 다른 자원들을 확보할 기회가 늘어난다.
B2B 사업을 운영하는 경우, 생산성이나 매출을 높이거나 낭비를 줄인다면 기업 또는 개인의 생존과 번창에 필요한 것이라는 강력한 인상을 심어줄 것이다.
6) 관대하고 싶은 내적 욕구
우리는 생존에 몰두하게끔 만들어졌고,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심할 수 있는 한 가지 사실은 거의 모든 인류가 후한 인심을 쓸 수 있는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공감능력이 있고 남을 아끼기에 타인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기도 한다. 인간은 나 자신의 생존에만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타인의 생존에도 관심이 있다. 특히나 내가 누리고 있는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사람의 생존에 관해서는 더욱 관심을 가진다.
7) 의미를 향한 욕구
고객에게 어떤 의미를 제안할 수 있을까? 고객들에게 후한 인심을 쓸 기회를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고객이 개인의 차원을 넘어 무언가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어떤 '운동'을 펼치고, 옹호할 수 있는 '대의'를 제시할 수 있다. 진짜 악당에 대항해서 용감하게 싸우라고 얘기할 수 있다. 그 악당이란 사람일 수도 있고 유해한 사조일 수도 있다.
2단계: 난관에 직면한다
당신은 고객의 스토리 속으로 들어왔다. 이제 어떻게 해야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관심이 높아질 수 있을까?
이번에도 스토리텔러의 각본에서 또 하나를 빌려오자. 고객이 직면한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고객의 문제를 파악하면 고객은 우리가 들려주는 스토리에 대한 관심이 깊어진다.
모든 스토리는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는 누군가에 대한 얘기다. 따라서 고객의 문제를 짚어주면 고객은 이 브랜드가 자신을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고객의 문제를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
악당은 스토리텔러가 갈등에 분명한 초점을 제공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장치다. 시나리오 작가나 소설가는 악당이 강하고, 사악하고, 비겁할수록 관객들이 주인공을 동정하며 그의 승리를 기원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것은 곧 관객의 몰입으로 이어진다. 조커가 없었다면 배트맨을 그렇게 동정할 수 있을까? 다스 베이더가 없는 루크 스카이워커는? 볼드모트가 없는 해리포터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관해 이야기할 때 고객이 귀를 쫑긋 세우기를 바란다면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를 악당을 물리칠 때 쓸 수 있는 무기로 포지셔닝하면 된다. 그 악당은 당연히 비겁해야 하고, 꼭 사람일 필요는 없지만 의인화된 특징은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시간 관리 소프트웨어를 판매한다면 '한눈팔기'를 악당으로 만들 수도 있다. 고객이 한눈팔지 않기 위한 무기로 이 제품을 쓸 수는 없을까? 너무 극적인가?
하지만 한눈을 팔면 고객의 잠재력이 훼손될 뿐만 아니라 가족 관계를 망칠 수도 있고 온전한 사고를 방해하며 어마어마한 시간과 돈을 낭비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한눈팔기도 작은 '악당'이 될 수 있다.
브랜드 각본에서 훌륭한 악당을 구성하려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특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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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은 문제의 확실한 근원이어야 한다. 예컨대 좌절은 악당이 아니다. 좌절은 악당 때문에 느끼는 감정이다. 하지만 높은 세금은 훌륭한 악당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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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은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악당에 관해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즉시 자신이 경멸하는 어떤 것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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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은 한 명이어야 한다. 한 명이면 족하다. 악당이 너무 많이 출현하는 스토리는 내용이 분명하지 않아서 스토리가 무너져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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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은 진짜여야 한다. 있지도 않은 공포를 조장하지는 말자. 세상에는 실제로 맞서 싸워야 할 악당이 얼마든지 있다. 고객을 위해 그런 악당을 노리자.
악당이 이야기 속의 적수가 되는 이유는 주인공에게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당연하다. 하지만 스토리 속의 갈등에 세 가지 차원이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이 세 가지 차원은 함께 작용해서 독자나 관객의 상상력을 사로잡는다. 주인공이, 혹은 고객이 직면하는 문제의 세 가지 차원은 아래와 같다.
1) 외적 문제
문학에서 악당의 역할은 주인공을 망쳐놓는 것이다. 악당은 주인공 사이에 장애물을 설치하고, 안정을 바라는 주인공의 간절한 열망에 훼방을 놓는다. 그러나 사악한 의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 장애물을 대표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외적 문제'다.
스토리에서 외적 문제는 주인공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극복해야 하는 물리적이고 눈에 보이는 문제인 경우가 많다. 그것은 째깍째깍 시간이 흐르고 있는 시한폭탄일 수도 있고, 도주하는 버스일 수도 있고, 심지어 두 가지가 결합된 것일 수도 있다. 영화 <스피드>에 등장하는 키아누 리브스의 시한폭탄은 버스의 속도가 시간당 50마일 이하로 떨어지면 터져버린다!
그런데 스토리 속의 외적 문제와 브랜드 전략이 대체 무슨 관련일까?
대부분의 기업은 보험이나 의류, 축구공을 제공하는 것처럼 외적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을 한다. 레스토랑이 해결하는 외적 문제는 배고픔이다.
배관공이 해결하는 외적 문제는 물이 새는 파이프이고, 해충 박멸 업자가 해결하는 외적 문제는 다락방의 흰개미다. 우리 회사가 해결할 외적 문제가 무엇인지 브레인스토밍하는 것이야말로 브랜드 각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가장 쉬운 부분이다.
2) 내적 문제
마케팅 메시지를 외적 문제에 한정한다면 수천 달러, 심지어 수백만 달러의 대가를 치를 수도 있는 원칙 하나를 무시한 것이다. 그 원칙이란 '기업은 외적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팔려고 하나, 고객은 내적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사간다'는 것이다.
스토리 속에서 외적 문제가 존재하는 목적은 내적 문제를 드러내기 위함이다. 예컨대 영화 <머니볼>에서 빌리 빈은 선수로서의 커리어에 실패했고, 그래서 자신이 감독으로 재기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다. 영화 <스타워즈>에서 루크 스카이워커는 삼촌에게 반란군에 입대하기에는 너무 어리다는 얘기를 듣는다. 루크가 끝까지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거의 모든 스토리에서 주인공은 똑같은 의심을 품고 있다.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이 의문 때문에 주인공은 좌절하고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혼란을 겪기도 한다.
이런 스토리들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사람에게는 좌절을 해결하고 싶은 내적 욕구가 외적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욕구보다 더 큰 동기 부여가 된다는 사실이다.
거의 망할 뻔했던 애플이 다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스티브 잡스가 사람들을 이해한 덕분이었다. 잡스는 사람들이 컴퓨터에 위압감을 느끼고 있고(내적 문제)그래서 조작이 더 쉬운 인터페이스를 바란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게 나오게 된 것이 역대 가장 강력한 영향을 끼쳤던 애플의 광고다.
이 광고에서 애플은 사진을 찍고 음악을 듣고 책을 쓰고 싶어 하는 단순하고 현대적이고 재미있는 캐릭터를 보여주었다. 그 옆에는 운영 체계의 내부 원리에 관해 떠들고 싶어 하는, 별로 현대적이지 못한 찌질이가 있었다.
이 광고는 인생을 즐기고 자신을 표현하고 싶지만 기술적 얘기에는 자신이 없는 사람들이 찾고 싶은 회사로 애플 컴퓨터를 포지셔닝하고 있었다.
애플은 컴퓨터 이상의 것, 즉 소비자가 느끼는 위압감이라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팔기 시작했다. 애플이 그토록 큰 성장을 이뤄내고 열정적인 브랜드 추종자들을 양성한 데는 고객의 내적 문제를 이해했다는 점도 크게 한몫한 것이다.
제품을 고객의 외적·내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면 고객이 느끼는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 나는 이게 제품의 진짜 가치라고 생각한다.
3) 철학적 문제
스토리 속의 철학적 문제란 스토리 자체보다 더 큰 문제, '왜'에 대한 질문이다. 인류 전체의 서사에서 이 스토리가 왜 중요한가에 대한 이야기다.
철학적 문제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는 '해야 한다' 또는 '해서는 안 된다'이다. "나쁜 사람이 승리해서는 안 된다"와 "사람은 공정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처럼 말이다.
사람은 자신보다 더 큰 스토리의 일부가 되고 싶어 한다. 고객이 더 큰 내러티브 속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해주는 브랜드는 제품에 추가적인 가치를 더한다. 고객에게 더 깊은 '의미'를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가 협업한 어느 글로벌 컨설팅 회사는 브랜드 각본을 작성한 후 '모든 사람이 훌륭한 매니저 밑에서 일할 권리가 있다'는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우리 회사를 찾아왔던 어느 애완동물 용품점 주인은 쇼윈도에 이런 간판을 내걸었다. "동물도 건강한 음식을 먹을 권리가 있습니다." 재미를 추구하는 어느 여행사는 우리 회사와 작업한 후에 시즌 표어를 "이번 여름은 영원히 기억될 테니까요"로 정했다.
디지털 음악이 대세가 되기 전, 타워레코드의 홍보용 표어는 "음악 없이는 인생도 없다"였다. 이 표어에 힘입어 타워레코드는 매년 십억 달러 이상의 레코드를 팔았을 뿐만 아니라, 수천 장의 범퍼 스티커와 티셔츠까지 팔았다. 음악이 중요하다는 철학적 신념에 팬들이 동조한 덕분이었다.
당신의 브랜드는 어떤가? 더 깊이 있는 어떤 스토리에 기여하고 있는가? 당신의 제품은 고객들이 뭔가 불의에 맞서 싸울 때 쓸 수 있는 툴로 포지셔닝될 수 있는가?
메시지에도 어떤 철학적 의미를 담아야 하는 이유다.
정말로 고객을 만족시키고 싶다면 단순한 제품이나 서비스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제안할 수 있다. 고객이 브랜드를 찾을 때마다 어떤 외적·내적·철학적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제안하면 된다.
자신들의 제품 구매를 외적・내적・철학적 문제 해결로 포지셔닝했던 유명 브랜드의 성공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보자.
테슬라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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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 기름 먹는 열등한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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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적 문제: 자동차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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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적 문제: 새로운 기술의 얼리 어답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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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문제: 내가 선택하는 자동차는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네스프레소 홈 커피 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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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 형편없는 커피를 만드는 커피 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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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적 문제: 집에서 더 맛있는 커피를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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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적 문제: 집에 있는 커피 머신이 세련된 느낌을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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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문제: 집에서 고급 커피를 마시기 위해 내가 바리스타가 될 필요까지는 없지 않은가.
에드워드 존스(Edward Jones) 파이낸셜 플래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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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 고객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 금융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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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적 문제: 투자 자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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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적 문제: 방법을 잘 모르겠다. 시중에 나와 있는 설명은 너무 기술 위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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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문제: 내 돈을 투자하는데 투자 자문이 나를 직접 만나 상세한 설명 정도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바쁘다면 이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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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캐릭터를 잡다 : 브랜드 스토리의 주인공은 우리 회사가 아니라 고객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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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난관에 직면한다 : 브랜드는 고객에게 다음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외적 문제, 좌절 또는 혼란과 같은 내적 문제, 옳고 그름에 관한 철학적 문제.